이름: 한억만 (ponam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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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트로트...  

인생 트로트 애초 ‘미스 트로트’가 나올 때 트로트 특성상 중장년이나 노년층 외에 다른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은 ‘중년들의 프로듀스’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예선 참가자가 무려 15,000명이나 몰려 150:1의 경쟁률 속에 유소년부, 대학부까지 확대되고, 직업과 접목시킨 퍼포먼스, 춤과 랩을 활용하면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났다. 심사위원들은 ‘영혼을 빼놓는 노래’, ‘미친 사람들만 모여 놓은 것 같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스 트롯’이 종영되고 8개월 만에 재개하는 ‘미스터 트롯’은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다하지만, 첫 방송 후 두 자릿수 시청률은 예능프로그램이 기록한 가장 높은 수치였기에 담당PD조차 놀라워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미스 트롯’에서 우리가 송가인을 찾았다면, ‘미스터 트롯’에서는 남자 송가인을 찾아가기에, 이 프로는 이미 방송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인이 내게 그랬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미스터 트롯’이 전 국민적으로 이런 인기를 얻고 있단 말인가?”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스터 트롯’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거 트로트는 늘 B급 음악으로 취급했던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근거가 있었다. 먼저 음악 구성이 정형화된 네 박자 리듬의 일본 엔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부정적 요소가 되었다. 더불어 일본 식민지 기간 탄생했기에 아예 없어져야할 시각까지 있었다. 이런 논란과 별도로 당시 어려웠던 시절에 트로트는 음악적 부분에서도 천편일률적이었다. 트로트는 뽕짝 리듬이라는 인식 속에 행사용 음악으로 일종의 싼 티 나는 하위 장르로 인식되어 푸대접받아 온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트로트에 대한 다른 견해도 있다. 트로트는 한국적인 박자나 가락을 민요 등에서 도입하려는 시도가 꾸준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트로트는 부르기 쉬운 친숙한 음악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신세대 트로트 가수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유치한 뽕짝이 아니라 가창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통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진검승부의 한 판이 되 버렸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 대한민국은 때 아닌 트로트 열풍에 빠졌다. 이전에 중장년층 전유물이었다면 ‘미스 트롯’이 터닝 포인트가 되면서 이제 당당하게 전 세대를 어우르는 노래가 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 과연 ‘뽕짝’의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트로트 가사에 가장 먼저 마음이 간다. ‘...우리 모두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 ‘하아~ 힘든 세상 어디 하나 기댈 데도 없는 이 세상 너뿐이다...’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 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 같은 시간이야...’ 가사마다 인생을 논하고 있다. 짧은 생을 살면서 왜 그리도 후회와 미련이 많은지 들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각 잡아 봐도 갈대처럼 휘고 잡초처럼 밟히는 인생이기에 차라리 소풍가듯 가자는 식의 가사들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삶 속 어딘가에 트로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트로트 역사 속에는 우리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해방의 기쁨과 이산의 아픔을 겪으면서 각 세대마다 참담한 정서를 트로트는 호흡하듯 뱉어내고 있었다. 가사를 곱씹으면 씹을수록 시대가 보이고 개인의 고통들이 새 희망을 트로트는 녹여내고 있었다. 슬플 때 들으면 구슬픈 가락으로 와 닿고, 기쁠 때 들으면 내 몸을 맡길 정도의 신나는 선율도 트로트 몫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장년층에게 사랑받고 있었지만, 이제 젊은이들까지 가세하면서 가벼운 노래가 아닌 인생이 물씬 녹아 묻어나는 트로트가 되었기에 지금 지금의 인기는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런 인생기상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을 반영한 감성을 터치하기에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고 본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가수 김연자가 부산대학교에서 이 노래를 불렀을 때, 기자들은 ‘아모르파티’를 ‘트로트계의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EDM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가사에는 인생의 깊은 뜻이 담겨져 남녀노소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합의 트로트로 평가했던 것이다. 이애란의 ‘백세인생’은 더 쉽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시켰다. 60세부터 시작하는 노래가사로 나이 많은 분들이나 좋아할 노래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백세인생’은 젊은이들에게 ‘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익살맞은 가사와 전통 민요 같은 음악이 어우러져 나이와 상관없이 전세대의 오성을 만지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트로트는 이렇듯 가사와 감성에서 많은 점수를 따면서 어느 덧 ‘새로운 복고’를 의미하는 ‘뉴트로(New+Retro)’열풍 한 중앙에 서 있다. 언젠가 본 듯한 어릴 적 추억을 찾아내고, 그리움이 묻어 있던 시절을 찾는 ‘뉴트로’와 트로트 열풍이 서로 관련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뉴트로’ 열풍의 성지로 뜬 동묘시장, 망리단길, 망원시장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곳에서 촌스럽고 오래된 물건들이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4050대 뿐만 아니라, 그 시절 본 적도 없는 젊은 세대들이 오래된 구닥다리 물건들을 새롭게 재현한 ‘뉴트로 트렌드’ 감수성에 빠져있다. '레트로'가 과거 향수에 대한 중장년층을 자극했다면, ‘뉴트로’는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과거의 것에 대한 젊은이의 끌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위대한 유산을 소유하고 싶은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알고 판매자들은 옛날 물건들을 럭셔리하고 더 클래식하게 리폼하여 팔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추억까지 디자인하여 복각한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고급스럽지 않은 싸구려 물건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고리타분한 것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오래됨을 강조해서 더 인기를 얻는 있는 책, 철물점, 게임 등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증가되는 추세다. 과거 놀아봤다는 어르신들의 장소가 다시 부활되고 인기를 얻으면서 놀이동산에서도 ‘뉴트로’ 컨셉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소확행’이후에 차라리 조금 부족하지만 아니 조금 불편하지만 오히려 한가하고 넉넉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늘어나면서 트로트까지 전염되어 온 것 같다. 아날로그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겐 갈수록 더 가속도가 붙고 있는 디지털에 염증을 느끼면서, ‘뉴트로’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가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설렘은 트로트가 분명 간접경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불경기일수록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과거에서 안식을 얻으려는 행위는 희귀본능이라 할 수 있겠지만, 때가 때인지라 미로에서 나만의 감성이라 여겨지는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자연스런 색다른 발로로 여겨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인생 트로트로 여기고 있는가. 적어도 내가 쉼을 얻고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인생트로트를 갖고 싶다. 2020년 2월 12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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